영화 《아바(Ava)》는 2020년 개봉한 미국 액션 스릴러 영화로, 전직 군인이자 숙련된 암살자 아바 포크너의 삶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드라마입니다. 제시카 차스테인이 주연을 맡았으며, 그녀는 임무를 수행하는 냉철한 킬러이자, 동시에 가족과의 갈등과 과거의 상처를 짊어진 한 여성으로 복합적인 인물상을 소화합니다. 영화는 그녀가 속한 조직의 내부 권력 싸움과 자신을 겨누는 암살자의 위협 속에서 생존하고자 싸우는 이야기를 긴장감 넘치게 그리고 있습니다. 격렬한 액션과 감정적인 드라마가 균형 있게 배합된 이 작품은, 단순한 액션 이상의 심리적 깊이와 인간적 내면을 탐구하고자 합니다.
1. 아바의 복잡한 내면과 가족 갈등 : 킬러 이전에 인간으로서의 고뇌
영화 《아바》의 시작은 단순한 액션 영화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아바는 조직의 지시에 따라 세계 각국을 누비며 고위급 타깃을 제거하는 임무를 수행하고,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목표를 제거하는 그녀의 능력은 압도적입니다. 하지만 곧 그녀가 단순한 킬러 이상의 존재임을 알 수 있습니다. 아바는 암살 대상자에게 죽이기 전에 “무엇 때문에 이런 표적이 되었는지 알고 계신가요?”라고 묻는 버릇이 있습니다. 이 단 하나의 질문은 그녀의 직업이 도덕적으로 정당한지 스스로에게 끊임없이 묻는 양심의 표현입니다. 그녀는 어릴 적부터 가족과의 관계에 있어 상처를 안고 자라온 인물입니다. 알코올 중독으로 어려움을 겪었으며, 이로 인해 가족들과도 긴 시간 멀어졌습니다. 영화는 아바가 다시 가족 곁으로 돌아가는 여정을 보여주는데, 이 과정에서 그녀의 인간적인 면모가 두드러집니다. 그녀의 어머니는 여전히 냉담하고 거리를 두며, 여동생 주디는 아바가 떠난 사이에 그녀의 약혼자였던 마이클과 관계를 맺고 있습니다. 이 상황은 아바에게 심리적인 혼란을 안겨주며, 그녀가 과거에 얼마나 상처를 받고 자신을 방어적으로 살았는지를 이해하게 해 줍니다. 그녀는 단순히 프로페셔널한 암살자가 아니라, 자신이 버린 가족들과 다시 마주하면서 관계를 회복하고 싶어 하는 한 인간으로 그려집니다. 특히 여동생과의 대화 장면에서 아바는 어색하면서도 진심 어린 태도로 다가가고자 하며, 마이클과의 재회 장면에서는 분명한 미련과 감정이 읽힙니다. 아바는 잔혹한 일을 하고 있지만, 그녀의 내면에는 여전히 상처받은 아이 같은 모습이 남아 있습니다. 이러한 내면의 복합성은 그녀를 단순한 여성 액션 히어로로 소비되는 것을 막고, 한 사람의 복잡한 삶을 살아가는 인물로 설득력 있게 만듭니다. 더불어 영화는 아바가 겪는 내적 갈등을 액션 장면 사이사이에 배치함으로써, 그녀가 겪는 고뇌와 양심의 무게를 강조합니다. 폭력의 중심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그녀의 의지와, 그러나 결국 폭력으로 생존해야만 하는 현실의 괴리는 이 작품의 중심 주제 중 하나입니다. 가족이라는 감정적 연결 고리를 되찾으려는 여정은, 이 영화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더욱 입체적이고 감성적으로 만들어 줍니다.
2. 권력의 충돌과 암살자의 생존 전쟁: 조직 속 개입과 뒤통수
아바의 삶은 단지 개인적인 갈등에만 머물지 않습니다. 그녀가 몸담고 있는 조직은 일종의 비밀 작전 네트워크로, 국가 간 전쟁이나 정치적 타깃 제거 등 민감한 임무를 수행합니다. 아바는 이러한 임무에서 항상 최전선에 있었고, 가장 신뢰받는 요원 중 하나였습니다. 하지만 작전 중 하나가 예상과 다르게 전개되며 타깃이 죽는 과정이 노출되자, 조직 내부에서는 그녀를 문제 인물로 지목하기 시작합니다. 특히 사이먼(콜린 파렐)은 조직 내 실질적인 권력자이자 냉철한 관리자입니다. 그는 아바의 행동이 조직의 보안에 위협이 된다고 판단하고, 그녀를 제거 대상으로 삼습니다. 아바를 지지하던 듀크(존 말코비치)는 아바를 감싸려 노력하지만, 듀크와 사이먼 간의 오래된 감정싸움과 권력 다툼은 결국 조직을 혼란으로 몰아넣게 됩니다. 이때부터 영화는 명백한 액션 스릴러의 성격을 띠며, 아바는 조직으로부터의 도주자이자 반격하는 자로 전환됩니다. 사이먼은 아바를 제거하기 위해 또 다른 킬러를 보내는데, 이는 단순한 임무를 넘어서 아바의 존재 자체를 말살하려는 의도를 품고 있습니다. 이러한 설정은 영화를 더욱 긴장감 있게 만들고, 주인공의 외로운 싸움에 정당성을 부여합니다. 조직이라는 거대한 시스템 안에서 버려진 한 여성의 이야기는, 개인과 집단, 의리와 배신이라는 보편적인 테마와 연결되어 깊은 공감을 유도합니다. 이 과정에서 아바는 단순히 생존을 위한 도피가 아니라, 자신이 속해 있던 세계의 부조리함과 무정함에 맞서기 시작합니다. 그녀는 고통스럽지만 단호하게 맞서 싸우며, 이전에는 도망치던 과거의 자신과는 다른 모습으로 진화합니다. 그저 명령을 따르던 암살자에서, 스스로 판단하고 싸우는 독립된 전사로 변모하는 것입니다. 마이클의 도박 빚을 대신 정리하고, 가족을 지키려 하는 그녀의 모습은 냉혹한 세상에서 마지막으로 남은 인간성의 표출처럼 느껴집니다. 결국 이 영화에서 아바는 조직의 칼이 아닌, 인간적인 신념과 감정을 지닌 인물로 거듭납니다. 이러한 변화는 이 영화가 단지 액션 장면의 연속이 아닌, 인물 내면의 성장 서사를 기반으로 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그녀는 조직에서 쫓기며도 흔들리지 않고, 자신만의 도덕 기준과 생존 철학을 유지해 나가는 주체적인 존재로 재탄생합니다.
3. 액션을 넘어서 감정으로 호소하다 : 배우들의 연기와 연출의 집중력
《아바》는 기본적으로 액션 스릴러라는 장르적 틀을 갖고 있지만, 단순한 총격전이나 격투씬에만 의존하지 않습니다. 감독 테이트 테일러는 액션의 강렬함 속에서도 인간 내면의 감정을 섬세하게 끌어내며, 주인공의 복잡한 감정선을 따라가는 연출 방식을 택합니다. 이러한 선택은 이 영화가 더 많은 관객에게 다가갈 수 있도록 하는 중요한 장치가 됩니다. 가장 먼저 주목해야 할 부분은 제시카 차스테인의 연기입니다. 그녀는 물리적으로도 힘든 액션 장면들을 직접 소화하면서도, 인물의 내면적 아픔과 분열, 그리고 결정 앞의 고뇌까지 섬세하게 표현해냅니다. 특히 과거의 실수로 인해 가족에게 외면당하고, 조직에서도 배신당한 그녀가 점차 감정을 억누르며 표정을 굳히는 장면들에서는 놀라운 집중력을 보여줍니다. 그녀의 눈빛과 표정만으로도 아바가 처한 고립감과 심리적 압박이 그대로 전달됩니다. 콜린 파렐은 냉혹하고 계산적인 사이먼 역할로 등장하여, 조직의 비정한 본질을 대변합니다. 그의 연기는 냉정하면서도 은근한 권력욕을 품고 있는 인물을 설득력 있게 구현하며, 영화 전반에 걸쳐 긴장감을 부여합니다. 반면 듀크 역을 맡은 존 말코비치는 따뜻하고 인간적인 리더의 모습을 보여주며, 아바의 과거와 현재를 가장 잘 이해하는 조력자로 그려집니다. 이처럼 주요 조연들의 연기도 매우 인상적이며, 극의 완성도를 한층 끌어올립니다. 액션 장면 또한 신중하게 설계되어 있습니다. 격투씬은 과장되거나 억지스럽지 않고, 실제 격투술에 기반하여 설득력 있게 구성되어 있습니다. 아바가 공격과 방어를 동시에 수행하며 탈출하는 장면, 근접 전투에서 그녀의 판단력이 시험받는 장면 등은 단순히 물리적 싸움이 아닌 심리전처럼 전개되어 관객의 몰입도를 높입니다. 음악과 촬영도 극의 분위기를 더욱 짙게 만듭니다. 도시의 어두운 골목과 흐릿한 조명, 인물의 심리를 반영한 색감 등은 시각적으로 강한 인상을 남기며, 관객으로 하여금 아바의 눈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게 만듭니다. 음악 역시 과하지 않고 장면에 맞는 긴장감을 조성하는 수준으로 잘 배치되어 있으며, 감정선의 흐름을 자연스럽게 유도합니다. 결국 《아바》는 단순히 볼거리만 있는 액션 영화가 아닙니다. 인간의 도덕성, 과거의 상처, 관계의 복원, 그리고 생존을 위한 결단이라는 깊이 있는 테마를 품고 있으며, 그것을 섬세하고 진중하게 풀어내는 작품입니다. 모든 것이 빠르게 지나가는 시대에, 한 여성이 자신의 정체성과 삶의 의미를 되찾기 위해 싸우는 이 이야기는 잔잔하지만 오랫동안 마음에 남는 여운을 남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