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스(Once)》는 아일랜드 더블린을 배경으로 한 작은 인디 음악 영화로, 거리의 뮤지션과 이민자 여성이 우연히 만나 음악을 통해 서로를 이해하고 위로해 가는 과정을 그립니다. 화려한 장치 없이도 진심 어린 음악과 담백한 연출로 깊은 감동을 주며, ‘Falling Slowly’라는 곡을 통해 전 세계에 울림을 남겼습니다. 현실적인 정서와 서정적인 분위기가 어우러진 이 영화는, 사랑과 예술의 본질을 조용하지만 강하게 이야기합니다. 겉으로는 조용한 영화지만, 마음속에서는 오래도록 울리는 여운을 남깁니다.
1. 우연한 만남 : 진심으로 이어진 선율
영화 《원스》는 화려한 캐스팅이나 거창한 배경 없이도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는 힘이 있습니다. 주인공인 거리의 무명 뮤지션은 낮에는 아버지의 진공청소기 수리점을 돕고, 밤에는 거리에서 자신이 만든 노래를 부릅니다. 그는 사랑에 실패한 아픔을 안고 있으면서도 음악을 통해 내면의 상처를 풀어내고 있습니다. 그런 그의 앞에, 체코 출신의 이민자 여성이 등장합니다. 장미꽃을 팔며 딸과 단둘이 살아가는 그녀 역시, 이민자라는 낯선 환경 속에서 자존을 지키며 살아가는 인물입니다. 그들의 첫 만남은 무척이나 일상적입니다. 거리에서 노래를 부르던 남자에게 여자가 다가와 말을 건넵니다. 대화는 조금 어색하지만, 음악이라는 공통된 언어 덕분에 둘 사이에는 미묘한 유대감이 생겨납니다. 특히, 여자가 그에게 피아노 연주를 부탁하며 보여주는 진지한 태도는 관객에게도 깊은 인상을 남깁니다. 이후 두 사람은 자연스럽게 함께 노래를 만들고, 연주하며, 녹음을 준비하는 과정을 공유합니다. 영화는 이 과정 속에서 인물들의 감정선을 조용히 따라갑니다. 단지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이 아니라, 음악을 매개로 서로를 이해하고 위로하는 장면들이 차곡차곡 쌓이면서 진심이 전해집니다. 이 모든 것이 거창한 드라마 없이도 충분히 공감되며, 오히려 현실적이고 진정성 있게 다가옵니다. 특히 인상 깊은 장면은 둘이 피아노 가게에서 함께 ‘Falling Slowly’를 부르는 장면입니다. 연습이 아니라 진심 어린 교감을 나누는 순간, 그들의 감정이 음악 속에서 자연스럽게 피어나며 관객의 가슴을 울립니다. 이 장면은 단순한 공연 이상의 의미를 지니며, 두 사람의 관계가 음악을 통해 얼마나 깊어졌는지를 보여줍니다. 이처럼 《원스》는 처음부터 끝까지 두 인물의 감정과 음악이 조화를 이루며 흘러갑니다. 말로 하지 않아도 음악이 전하는 메시지와 분위기, 그 안에 담긴 진심이 모든 것을 설명해 줍니다. 이 영화가 말하는 ‘만남’은 단순한 우연이 아니라, 서로의 삶을 바꾸는 작지만 큰 기적이었던 셈입니다.
2. 사랑을 말하지 않고도 사랑을 노래하다
《원스》에서 주인공들은 명확한 로맨스를 드러내지 않습니다. 두 사람은 서로에게 이끌리고, 함께 음악을 하며 진심을 주고받지만, 그것이 흔히 말하는 ‘사랑’이라는 단어로 구체화되지 않습니다. 그렇기에 이 영화는 더욱 특별합니다. 감정의 본질을 말로 표현하지 않아도, 관객은 그 속에 담긴 마음을 자연스럽게 느낄 수 있습니다. 이러한 감정의 섬세함은 영화의 주요 서사 구조에 영향을 줍니다. 남자 주인공은 여전히 과거 연인에 대한 미련이 남아 있고, 여자 주인공은 남편과 이혼을 하지 않은 채 딸과의 생계를 책임지고 있습니다. 서로를 향한 마음이 자라고 있지만, 각자의 삶이 얽혀 있어 그 감정을 쉽게 정의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이처럼 영화는 현실의 제약 속에서도 감정이 피어나고, 그것이 어떻게 표현될 수 있는지를 보여줍니다. 감정을 표현하는 방식도 남다릅니다. 둘은 서로에 대해 큰 소리로 이야기하지 않습니다. 대신 소소한 질문과 대답, 짧은 눈빛, 함께 걸으며 나누는 노래들이 그들의 감정선을 대신합니다. 이는 관객으로 하여금 감정의 섬세한 결을 따라가게 만들고, 때로는 자신을 대입해 보며 몰입하게 합니다. ‘사랑’이라는 단어를 언급하지 않아도, 이 영화는 사랑을 노래합니다. 오히려 어떤 영화보다도 사랑에 대해 깊이 말하고 있는 셈입니다. 진정한 사랑은 말보다 행동에서 비롯되며, 한 사람의 삶을 존중하고 응원하는 마음이 바로 사랑이라는 사실을, 《원스》는 조용히 그러나 강하게 전합니다. 또한, 이 영화는 감정의 아름다움뿐 아니라 그 이면의 아픔도 놓치지 않습니다. 끝내 두 사람이 함께하지 못하는 현실, 이루어질 수 없는 관계라는 점은 영화의 결말에서 서글프게 다가옵니다. 그러나 이 서글픔조차도 삶의 일부임을 받아들이게 되며, 오히려 더 큰 여운을 남깁니다. 그레타와 댄처럼 ‘다시 시작하는’ 것이 아닌, ‘그 순간에 충실했던’ 이야기가 바로 이 영화의 진정한 가치입니다. 어떤 결과나 결말보다, 그 순간의 진심이 관객의 가슴에 더 오래 남습니다. 그리고 그것이 《원스》가 긴 시간 동안 회자되고 사랑받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3. 음악으로 기억되는 순간들 : 삶의 진심을 노래하다
《원스》는 단순한 음악 영화가 아닙니다. 오히려 ‘음악’을 통해 삶을 이야기하고, 관계의 본질을 들여다보게 만드는 섬세한 드라마입니다. 인물들은 말보다는 노래로, 눈빛보다는 멜로디로 감정을 나누며 관객과도 정서적으로 연결됩니다. 영화의 배경인 아일랜드 더블린 역시 중요한 요소입니다. 익숙하지 않은 도시의 풍경은 오히려 이들의 이야기와 음악을 더욱 부각하며, 그들의 삶이 어디에서든 있을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특히 인상 깊은 부분은, 영화 속 모든 음악이 인물의 감정이나 상황과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점입니다. 등장인물들이 만든 곡은 단순한 배경음악이 아니라, 하나의 내면 고백이자 서사적 장치로 기능합니다. ‘Falling lowly’를 비롯한 각 곡은 그들이 말로 전하지 못한 이야기의 일부이며, 관객이 감정을 해석할 수 있는 창구이기도 합니다. 또한, 이 영화는 음악이 가진 순수성과 현실성을 동시에 포착합니다. 음악이란 상업성과는 다른 순수한 열정에서 비롯될 수 있고, 그 음악이 누군가의 삶에 깊이 스며들 수 있다는 점을 진심으로 담아냅니다. 이것이 가능했던 이유는, 실제 뮤지션 출신인 주연 배우들(글렌 한사드, 마르케타 이르글로바)의 진짜 목소리와 감정이 녹아 있었기 때문입니다. 영화의 마지막, 주인공 남자가 여자를 위해 선물한 피아노는 매우 상징적입니다. 이는 단순한 선물을 넘어, 그녀의 삶과 음악을 지지하고 응원하는 진심을 담은 행위입니다. 그리고 그런 진심은 관객의 마음에도 고스란히 전달되어 깊은 감동으로 남습니다. 《원스》는 화려한 영상미나 대규모 예산 없이도 감정을 전달할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한 영화입니다. 작고 조용하지만, 그래서 더 마음 깊숙이 스며드는 울림이 있으며, 관객 각자의 삶 속에도 그런 순간들이 있었음을 떠올리게 만듭니다. 삶의 한 장면에서 들려오는 한 곡의 노래처럼, 《원스》는 그렇게 오래도록 기억되는 영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