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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스 음악으로 피어난 공감, 일상 속 사랑, 기억에 남는 여운

by 카이로명장 2025. 6.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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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원스(Once)》는 아일랜드 더블린의 거리에서 우연히 만난 두 남녀가 음악을 통해 서로를 이해하고 성장해 가는 이야기를 감성적으로 담아낸 뮤직 로맨스입니다. 화려한 영상도, 극적인 갈등도 없는 이 영화는 소박한 멜로디와 진심 어린 노랫말을 통해 관객의 마음을 조용히 두드립니다. ‘Falling Slowly’를 비롯한 다채로운 OST는 영화 속 감정선을 고스란히 품고 있으며, 사랑과 이별, 그리고 꿈에 대한 섬세한 이야기가 음악이라는 매개를 통해 깊은 여운으로 남습니다. 진정성 있는 감정이 무엇인지 다시금 떠올리게 만드는 수작입니다.

 

원스 음악으로 피어난 공감, 일상 속 사랑, 기억에 남는 여운

1. 소리 없이 다가온 인연 : 음악으로 피어난 공감

《원스》는 거창한 서사 없이 시작합니다. 한 남자가 더블린의 거리에서 낡은 기타를 메고 자작곡을 부르고, 지나가던 사람들이 무심하게 그를 스쳐 지나갑니다. 이 남자는 이름조차 나오지 않는, 거리의 뮤지션입니다. 그리고 어느 날, 그가 노래를 부르던 중 한 여성이 다가옵니다. 그녀는 체코 출신의 이민자로, 거리에서 꽃을 팔며 생계를 유지하는 생활 속에서도 음악에 대한 열정을 품고 살아갑니다. 이들의 첫 만남은 어색하지만, 음악이라는 공통 언어를 통해 점차 가까워집니다. 이 영화는 주인공들의 이름조차 명확히 언급하지 않습니다. 이는 누구나가 그 자리에 있을 수 있음을 암시하는 장치이며, 관객이 보다 쉽게 자신을 투영할 수 있도록 합니다. 그들의 삶은 특별하지 않고, 오히려 현실적이며 평범합니다. 그러나 그 안에 깃든 감정은 진하고 섬세합니다. 《원스》는 이처럼 거대한 플롯 없이, 음악이라는 촉매를 통해 두 사람의 관계를 조용히 그려갑니다. 남자는 연인에게 상처받고 음악으로 위로받으며 살아가고 있고, 여자는 아이를 홀로 키우며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고 있습니다. 이들은 처음에는 서로의 음악에 흥미를 갖게 되고, 점차 함께 연주하고 노래하며 교감합니다. 영화 속에서 가장 인상 깊은 장면 중 하나는 피아노 매장에서 두 사람이 ‘Falling Slowly’를 함께 부르는 장면입니다. 그들의 시선, 호흡, 소리의 떨림까지 모두가 진심으로 가득 차 있으며, 말보다 음악이 더 많은 것을 전하고 있습니다. 감독 존 카니는 이 작품을 HD 캠코더로 찍어 극도로 자연스러운 분위기를 만들어냈습니다. 배우 역시 전문 배우가 아닌 실제 음악가 글렌 한사드와 마르케타 이글로바를 캐스팅함으로써, 그들의 감정과 음악이 보다 진정성 있게 전달될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그 덕분에 《원스》는 가짜 감정이 아닌, 실제 삶 속에서 일어날 법한 감정을 있는 그대로 담아냅니다. 이들의 음악은 마치 일기처럼 솔직하고 투명합니다. 서로를 사랑하게 되면서도 말로 표현하지 못하고, 음악으로만 속내를 전하는 그들의 방식은 영화의 톤과 어우러져 깊은 감정을 남깁니다. 사랑이란 꼭 소유하지 않아도, 함께 노래하고 감정을 나누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는 메시지를 조용히 전하는 이 작품은, 관객으로 하여금 ‘공감’이라는 감정의 본질을 다시 돌아보게 만듭니다.

 

2. 일상 속 사랑 : 그러나 쉽게 도달할 수 없는 마음의 거리

《원스》가 관객에게 깊은 울림을 주는 이유는, 이 영화가 말하는 사랑의 형태가 너무도 현실적이기 때문입니다. 대부분의 로맨스 영화에서는 사랑이 극적으로 연결되거나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되곤 합니다. 하지만 이 작품은 그런 공식을 철저히 배제한 채, 두 사람의 조심스러운 접근과 내면의 갈등을 매우 섬세하게 그려냅니다. 주인공 남성과 여성은 서로에게 분명히 끌리지만, 그 사랑은 쉽게 나아가지 않습니다. 여자는 아이가 있고, 남자에게는 떠나간 연인의 기억이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또한 경제적인 현실, 문화적 배경, 그리고 각자의 책임감은 그들 사이에 보이지 않는 벽을 만듭니다. 그들은 서로를 좋아하지만, 그 감정을 행동으로 옮기지 못하고, 오히려 함께 음악을 하며 마음을 교류하는 방식을 택합니다. 이러한 설정은 관객으로 하여금 감정의 깊이를 더욱 섬세하게 느끼게 만듭니다. 두 사람이 길거리에서, 집에서, 녹음실에서 나누는 대화와 연주는 모두 은유적인 표현입니다. 마음을 말로 전하기보다는 곡을 통해 서로의 진심을 전달하는 방식은, 일상의 언어로는 담아낼 수 없는 감정의 깊이를 효과적으로 드러냅니다. 특히 영화 속에서 여성이 남자에게 노래를 들려주는 장면은 매우 인상적입니다. “If You Want Me”라는 곡을 통해 그녀는 말하지 못했던 마음을 간접적으로 표현하고, 남자는 그 의미를 천천히 받아들입니다. 이 장면은 로맨스 영화에서 흔히 볼 수 없는 고요한 절제와 애틋함을 동시에 담고 있어 많은 이들의 기억에 남는 장면 중 하나입니다. 《원스》는 이러한 사랑의 형태가 단지 우회적인 감정 표현이 아니라, 현실적인 조건 속에서 감정이 부딪히는 과정을 있는 그대로 보여줍니다. 사랑은 때로 말보다 침묵이 더 많은 것을 말하고, 함께 있어도 고백하지 못하는 순간들이 오히려 더 진실하다는 것을 이 영화는 조용히 전합니다. 결국 두 사람은 서로에게 중요한 존재가 되었지만, 함께 하지 않기로 선택합니다. 이 선택은 안타깝지만, 동시에 서로를 진심으로 이해했기에 가능했던 결정입니다. 그들은 각자의 삶으로 돌아가지만, 음악을 통해 공유한 순간은 영원히 그들의 마음속에 남게 됩니다. 이는 사랑이 꼭 소유와 지속만을 의미하지 않는다는, 더 깊은 사랑의 형태를 보여주는 장면입니다.

 

3. 음악과 감정의 완벽한 조화 : 기억에 남는 여운

《원스》는 영화로서도 뛰어나지만, 음악영화로서의 완성도 역시 매우 높습니다. 이 작품은 이야기 구조나 대사보다 음악이 감정을 이끌어가며, 실제로도 대부분의 중요한 전환점에서 음악이 중심적인 역할을 합니다. 이 영화의 OST는 단순한 배경음이 아닌, 주인공의 마음속 진심을 전하는 도구이자 또 하나의 주인공입니다. 가장 대표적인 곡인 “Falling Slowly”는 영화의 감정을 함축한 결정적인 테마곡입니다. 이 곡은 사랑을 시작하는 두 사람의 조심스럽고 섬세한 감정을 담아내며, 이들이 처음 음악을 통해 교감했던 그 순간을 그대로 담고 있습니다. 영화 속에서 이 노래를 함께 연주하는 장면은 그저 음악이 아니라, 마음과 마음이 처음으로 닿은 순간을 보여주는 감정의 클라이맥스입니다. 또한 “When Your Mind’s Made Up”, “If You Want Me”, “Leave” 등 각각의 곡들은 이야기 속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집니다. 이 곡들은 모두 주인공들이 말로는 전하지 못했던 감정, 혹은 스스로도 인지하지 못한 내면의 소리를 전달하는 역할을 하며, 감정의 흐름을 따라가는 데 있어 자연스럽고도 강력한 역할을 수행합니다. 영화가 끝난 후에도 관객의 마음에는 음악이 남습니다. OST는 관객에게 그들의 감정선을 다시 떠올리게 만들며, 음악이 단순한 장식이 아닌 감정의 핵심이라는 사실을 강하게 각인시킵니다. 많은 이들이 영화관을 나서며 이 노래들을 흥얼거리게 되는 것도 그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 순간, 우리는 ‘영화는 끝났지만 감정은 계속된다’는 것을 경험하게 됩니다. 《원스》는 이러한 감정과 음악의 유기적 결합을 통해 진정한 감동을 전합니다. 대형 제작사나 유명 배우 없이도, 단지 진심을 담은 이야기와 음악만으로 전 세계 수많은 관객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한 작품이기도 합니다. 그 어떤 화려한 장면이나 극적인 플롯보다, 우리가 살아가는 일상 속 순간들이 오히려 가장 진실할 수 있음을 이 영화는 말해줍니다. 마지막으로, 이 영화가 전하는 메시지는 단순하지만 깊습니다. 사랑은 말보다 음악처럼 조용히 흐를 수 있고, 어떤 감정은 행동보다 침묵 속에서 더 명확히 전해진다는 것. 그리고 누군가와의 짧은 만남이 인생 전체를 바꿀 수도 있다는 사실입니다. 《원스》는 그런 조용한 변화의 힘을 믿고, 그것을 담담히 표현한 영화입니다. 누구에게나 한 번쯤 있었을 법한, 그러나 끝내 말하지 못했던 감정들을 되돌아보게 하며, 한 편의 짧은 시처럼 마음에 머무는 깊은 여운을 남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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